입력 : 2020.11.01 05:20
[땅집고] 서울에서 부동산 개발 호재가 가장 많은 자치구가 어딜까요. 강남권에서는 단연 강남구가 떠오를 겁니다. 강북이라면 용산구를 꼽을 텐데요. 최근 용산구 빌딩 시장에서 남영동이 유독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영동은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을 끼고 있는 이른바 ‘더블 역세권’ 지역입니다. 왕복 8로 한강대로를 따라 직사각형 모양을 띤 작은 동네인데요. 남영동 내 일본 군영이 있던 자리를 미군이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골목마다 스테이크와 부대찌개를 파는 식당이 몰려 ‘스테이크 거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큰길을 따라 크라운해태 사옥을 비롯해 각종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면서 직장인 중심 유동인구가 풍부한 지역이 됐죠.
그런데 남영동에는 유독 낡은 단층 건물이 많습니다. 오래 전 일제시대 지은 건물도 적지 않은데요. 2010년 12월 남영동 대부분이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건물 신축이 불가능해진 탓입니다. 지구단위계획이란 토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그림이 다 그려지기 전까지는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묶어 새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합니다. 당초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남영역과 숙대입구역 역세권까지 포함해 개발하기로 했던 터라 인근 남영동도 총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지정됐죠. 그런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규제에 묶인 채 지금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2011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후 5년간 남영동의 건물 매매건수는 총 6건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자 외면을 받았습니다. 건물 신축은 할 수 없고 리모델링이나 대수선만 허용된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용산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남영동 빌딩 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더해 도로가 일자로 쭉 뻗어있고 상권이 형성되기에 좋은 넓이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남영동 건물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최근 5년 건물 매매 건수와 평당 매각가격이 해마다 경신되고 있습니다. ▲2016년 6건, 5497만원 ▲2017년 8건, 5676만원 ▲2018년 10건, 5999만원 ▲2019년 10건, 6253만원 ▲2020년 8건, 9044만원(10월 기준) 등입니다.
대표적인 매매 사례를 살펴볼까요. 먼저 올 9월 총 15억원, 평당 8333만원에 팔린 단층 적산가옥입니다(남영동 107-2). 1932년 준공했고 대지 59.5㎡, 연면적 43.8㎡ 규모인데요. 단층 건물이며 신축은 불가능하지만 투자자가 미래 가치를 보고 매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거래 신고 완료 후 잔금 납부 전입니다.
역대 평당 최고가에 팔린 건물도 알아볼까요. 올 7월 15억6500만원(평당 9044만원)에 매매된 사례인데요. 1954년 지은 2층 건물로 대지 57.2㎡, 연면적 79.83㎡ 규모입니다. 건물 옆 필지가 대로변 건물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라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가시성이 뛰어나고, 박스 건물이지만 코너에 있는 효과까지 나서 투자자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용산구에 계획된 각종 개발 호재가 실현되면서 남영동 건물 가치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호재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서울시 교육청이 옛 수도여고 터에 신청사를 짓고 2023년 이전합니다. 이어 남영동 제2업무지구 일대에는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갈월동 92 일대 1만3466㎡를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 용적률 800%를 적용해 개발합니다.
용산 캠프킴 부지(약 1만4000평)도 관심사죠. 이곳은 복합시설조성지구로, 지상 5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이 땅에 공공주택 31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아직까지 개발 방향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남영동 상권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용산공원입니다. 현재 부지 면적만 여의도(290㎡·약 87만 7250평)와 맞먹는 243만㎡(73만 5000평)인데요. 생태 단지와 문화시설을 함께 짓고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2027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추후 용산공원 개발 시점에 맞춰 남영동 일대 지구단위계획도 변경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용산구 대부분 호재는 2025년 이후 실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영동 상권이 단기적으로 확 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금 당장은 지구단위계획 등 제한이 있기 때문에 미래 호재만 믿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데요. 현재 대부분 단층 건물이어서 임대해도 높은 수익을 올리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가치는 분명합니다. 용산구 유입 인구가 늘면서 남영동 상권은 점점 확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영동 건물을 매입한다면 당장의 임대수익률을 노리기 보다 개발 호재로 인한 지가 상승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투자 기간을 길게 잡고 시세차익을 거두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November 01, 2020 at 03:2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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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거리'로 불리던 이곳, 금싸라기 된 이유 - 뉴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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